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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이 그려낸 기억과 세대, 그리고 여성 서사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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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이 그려낸 기억과 세대, 그리고 여성 서사의 재구성

문학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자, 때로는 희망의 예언자이다.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는 그러한 문학의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수행하는 한국 현대 소설의 대표적인 예다. 이 소설은 단순한 가족 이야기를 넘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아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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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의 시작: 죽은 여성의 시선으로부터

『시선으로부터,』는 이미 세상을 떠난 '이목'이라는 인물의 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목은 생전 페미니즘 운동에 헌신한 저명한 학자이자 작가였으며, 그녀의 사후 남겨진 가족들은 그녀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다. 제사를 ‘하와이’에서 치른다는 설정 자체가 이 소설이 얼마나 유쾌하고도 전복적인 방식으로 전통과 문화를 재해석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2. 다성적 서사 구조

이 작품은 한 명의 인물 시점에서 진행되지 않는다. 소설은 총 13장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이목과 그 유산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풀어낸다. 이목의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녀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는 이목이라는 인물의 생전의 삶을 다각도로 이해하게 된다.

3. 기억의 정치학: 이목이라는 존재

이목은 소설에서 살아 생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해 투쟁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투쟁사였으며,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 의미는 계속해서 확장된다. 이러한 기억의 다층성은 독자에게 '기억은 살아있는 이들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4. 일상 속의 페미니즘

정세랑 작가의 문장은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다. 그녀는 '페미니즘'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삶의 가장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녹여낸다. 예컨대 가족 간의 대화, 장을 보는 일상, 연인과의 관계, 학문적 논쟁 등을 통해 여성들이 겪는 억압과 저항을 조명한다. 이로써 독자는 무장하지 않고도 페미니즘의 의미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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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쾌한 전복의 서사

이 소설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제사’라는 전통적인 의례를 유쾌하게 비튼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사를 떠올리면 고리타분하거나 진지한 분위기를 상상하지만, 『시선으로부터,』는 이를 일종의 축제처럼 묘사한다. 제사를 통해 오히려 가족 구성원들이 자유로워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과정은 실로 인상적이다.

6. 세대 간의 간극과 연대

작품 속 가족은 각기 다른 세대와 성격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외면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결국 ‘이목’이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다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세대 간의 간극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의 가능성도 함께 보게 된다.

7. 한국 현대사의 여성 서사화

이목의 삶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다. 그녀는 유신정권 시절 학생운동을 이끌었고, 이후에도 언론과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그녀의 삶은 단순한 개인사를 넘어선다. 이는 곧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겪어온 집단적 기억의 일부로 재구성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여성의 역사도 결국 이 땅의 역사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8. 정세랑 특유의 감성

정세랑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녀만의 특유의 감성과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유머와 슬픔, 현실과 이상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자에게 울림을 전한다. 그녀는 비판적이되 냉소적이지 않고, 이상주의자이되 현실과 괴리되지 않는다. 이러한 그녀의 문체는 『시선으로부터,』를 더욱 매력적인 작품으로 만든다.

9. 문학과 현실 사이의 통로

『시선으로부터,』는 단지 문학적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이 작품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진 서사다. 독자는 이목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다시 바라보게 되고, 나아가 자신이 속한 가족과 공동체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실을 바꾸는 문학의 가능성을 실현한다.

10. 결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시선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는 그 제목처럼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이목이라는 존재가 남긴 것은 단지 기억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시선’이다.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사회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소설이다.

참고문헌

  •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문학동네, 2020
  • 문학동네 공식 홈페이지
  • 알라딘, 예스24 등 서평 인용
  • 정세랑 작가 인터뷰 기사 (한겨레, 경향신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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